무엇으로, 왜, 어떻게 바람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손오공처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바람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이마에 손을 올리고 저기 아득한 허공을 주욱 둘러보고는
불어오는 바람을 꼼짝 못하게 잡아 묶어 감옥에 쳐박아 두겠다는 것인가
킥킥킥, 새들이 웃는다 새들의 웃음소리 들리지 않는가
실은 새들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 당신 아닌가
바람보다 먼저 새들이나 지켜보시지
새들보다 먼저 구름이나 지켜보시지
새들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구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왜, 무엇으로 바람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도대체 무슨 근거로, 무슨 이유로
당신은 바람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바람은 사람, 사람은 마음, 마음은 자유••••••, 자유가 발길을 만들고, 발길이 역사를 만들지
바람을 지키겠다는 것은 역사를 지키겠다는것
무엇으로, 왜, 어떻게 역사를 바람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바람은 흐르는 것, 바람은 달리는 것
그렇지 물처럼 여기저기 스미는 것
아직도 당신은 구름을 타고 있는가
당신이 타고 있는 구름은 뜬구름
손오공의 흉내 그만 두고 얼른 땅으로 내려오시게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미루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머리칼을 날려 보시게
그것이 실은 바람을 지키는 일
더는 바람을 지키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되네
바람이 지금 당신의 여린 잎새들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잖나.
이은봉 시인
1953년 충남 공주(현, 세종시)에서 출생했다.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1992)를 받았다. 1983년 『삶의문학』 제5호에 「시와 상실의식 혹은 근대화」를 발표하며 평론가로, 1984년 『창작과비평』 신작 시집 『마침내 시인이여』에 외 6편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활동했다. 시집으로 『좋은 너를 키우니』 『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 『책바위』 『첫눈 아침』 『걸레옷을 입은 구름』 등이 있고, 평론집으로 『실사구시의 시학』 『화두 또는 호기심』 등이 있다. (사)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
출처: 아은봉 열 번째 시집 『봄바람, 은여우』 도서출판 b 시선 012. 누리진
바람의 파수꾼
바람의 파수꾼 이은봉 무엇으로, 왜, 어떻게 바람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손오공처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바람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이마에 손을 올리고 저기 아득한 허공을 주욱 둘러보고는 불어오는 바람을 꼼짝 못하게 잡아 묶어 감옥에 쳐박아 두겠다는 것인가 킥킥킥, 새들이 웃는다 새들의 웃음소리 들리지 않는가 실은 새들도 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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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명:봄바람, 은여우(b판시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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