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뇨, 방금 왔어요
아빠 듀얼 모니터를 계속 훔쳐보고 있었잖니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구나
어서 가거라
아빠는 더 용감해지기 위해 더 많은 고독이 필요하단다
한 달째 집에 안 들어 왔잖아요
할아버지가 많이 아파요
부조리와 불신으로 가득한 이 세계를 이 손으로 꼬옥 구하고 싶구나
오오,
내게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만 있다면
할아버지가 아파요
할아버지 연금으로 우리가 사는 거 아빠도 알잖아요
한 말씀만 해주세요
아빠에게는 아직 열두 개의 아이템이 남아있단다
할아버지가 아파요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게 우리가 사는 길이에요
아아,
창백해진 이 세계가 픽셀 속으로 사라지려고 하는구나
먼저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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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묵 시인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충남 천안에서 자랐다. 2008년 하반기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을 졸업했다.
출처: 누리진
게임 중독자
게임 중독자 임경묵 아뇨, 방금 왔어요 아빠 듀얼 모니터를 계속 훔쳐보고 있었잖니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구나 어서 가거라 아빠는 더 용감해지기 위해 더 많은 고독이 필요하단다 한 달째 집에 안 들어 왔잖아요 할아버지가 많이 아파요 부조리와 불신으로 가득한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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