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칸첸중가 팔천 미터 고지를 간다 산소호흡기를 입에 물고 죽은 대원 찾으러 간다 폭우가 나를 덮친다 바람이 밀어붙인다 콧물이 얼어붙고 기침이 얼어붙는다 먼저 간 친구는 아직도 눈 위에서 떨고 있다 눈밭에 발이 빠져도 발가락이 얼어도 가야 한다 폭풍이 몰아친다 한 발자국이 멀기만 하다 호랑이 숨소리처럼 거칠다 히말라야가 눈앞에 보인다
정상이다 가슴에 비수를 꽂듯 깃발을 꽂는다 그래 너와 나는 어디에 있느냐 멀리 간 친구를 찾아가자 내려오는 길에 눈이 나를 덮친다 죽은 친구가 보고 있다 친구를 찾아야 한다 하산 중간 지점에서 나는 길을 잃는다 산소가 부족하다
크레바스 아래에서 죽은 친구가 손짓한다 근처에 나는 박힌다 움직이지 않는다 히말라야 눈밭에 두 개의 점이 찍힌다 그대로 얼어붙는다
백 년이 지나간다 누군가 히말라야 산에 간다 시신을 찾으러 오른다 내가 죽었던 것처럼 네가 죽은 것처럼 그렇게 죽는다
히말라야 눈은 수천의 시신을 먹고 또 배가 고프다
김송포 시인
2008년 『시문학』에 작품 발표, 포항 소재 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집게』가 있다. 현재 성남FM방송 라디오를 진행하며 한국시인협회 회원, 인천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출처: «예술가» 2014 가을호. 누리진
시신 헌정
시신 헌정 . 김송포 . 히말라야 칸첸중가 팔천 미터 고지를 간다 산소호흡기를 입에 물고 죽은 대원 찾으러 간다 폭우가 나를 덮친다 바람이 밀어붙인다 콧물이 얼어붙고 기침이 얼어붙는다 먼저 간 친구는 아직도 눈 위에서 떨고 있다 눈밭에 발이 빠져도 발가락이 얼어도 가야 한다 폭풍이 몰아친다 한 발자국이 멀기만 하다 호랑이 숨소리처럼 거칠다 히말라야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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