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까마귀 난 자리 까치로 번잡하고, 이웃집 민수는 탐스러운 까치밥을 남기고 군대 간 제 주인 기다리는 대추나무로 마당에 서 있다. 아이들 떠나간 자리에 아내의 기침으로 들어선 마른 바람은 차갑고, 바람막이숲 되지 못한 자격지심 움츠리는 오늘이 서럽다. 하필 이런 날 눈에 든 천승세 선생의 꽃밭에 돌마저 되신 이…….
꽃밭6 | 천승세
저희들, 어린 꽃자식들이
뭐라 말씀드렸습니까?
그리 애글이며 피우시다간 먼저 돌아가십니다
어미 잃고 크는 자식 세상에 있답니까
이 어린 꽃 크고 자라, 이제
어머님 흉상 앞에 무릎 끊었습니다
폭우가 내려 우산 들고 어머님 젖는 가슴
우산 받쳐 말려드렸습니다
폭설이 내려 몽당 빗자루 들고 일개미처럼
눈만 쓸었습니다
꽁꽁 어는 어머님 가슴 녹여 드리려고요
이 못난 어린 꽃 살려 두신 죄가 이리 큽니다
그냥 쓰러져 흙이 되실 일이지
무슨 한恨 그리 깊어
조선어미 젖가슴만 남아
또 다시 돌마저 되셨습니까
천승세 시선집 『산당화』 문학과행동, 2016.
河童 천승세 시인
전남 목포에서 소설가 박화성의 아들로 출생하여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1년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점례와 소』가 당선되어 등단하고,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물꼬』가 당선되었다. 같은 해 3월 국립국장 현상공모에 장막희곡 『만선』이 당선되었으며, 1989년 창작과비평(65호)에 시 『축시춘란丑時春蘭』외 9편으로 시인으로 등단했다. 신태양사 기자, 한국일보 기자, MBC전속작가로 활동하는 한편 문인협회 소설분과 이사,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고문,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장과 회장단 상임고문을 역임했다.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현 백상 예술상) 수상, 제2회 만해문학상 수상, 성옥문화상 예술부문 대상 수상, 제1회 자유문학상 본상 수상, 제2회 조운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작품집 『감루연습感淚演習』 (1971), 『황구의 비명』 (1974), 『신궁』 (1989) 외 다수가 있으며 첫 시집 『몸굿』 (1995)이 있다.
출처: 문학과 행동 시선집1 『산당화』 문학과행동, 2016.06.15.
상품명:산당화(문학과 행동 시선집 1)(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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