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우면 부르리라 | 강란숙
2019.11.01
문득문득 먹먹함이 들 때는 노랠 부른다 똥줄이 막힐 때나 이 빠진 그릇을 씻을 때도 비단 이 빠진 것들이 어디 질그릇에만 있으랴 분명 삶의 테두리 한 부분은 이 빠진 그릇과 닮음에 뾰족한 송곳니 하나, 디딤돌 같은 어금니 하나씩 빠져도 마른 서러움 울컥울컥 쏟아질 때 뒤따라온 그림자 같은 이들이 곁에서 따스히 보듬을 때도 엉킨 마음이 모여 부르면 실타래 푸는 가슴이 부르는 노랫소리 날빛 좋은 날 활짝 열어놓은 창문처럼 연습도 없이 장단 잘 맞추는 우리의 아리랑은 이 빠진 삶들이 부르는 노래다 더보기 강란숙 시인 경기도 파주 출생. 전 역사교육 바로세우기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2004년 시집 『잎새들이 잠드는 모습 보신 적 있나요』를 발표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고양작가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