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잉 코핀스Hanging Coffins | 김림
2019.10.28
하늘이 더 가까울 듯 높다랗게 늘어선 서울시청 옆 전광판에 벌써 몇 달째 누에고치 달려 있다 명절 연휴 다들 고향길 서두르는데 부산한 거리와 등을 돌린 채 묵념하듯 매달려 북악산에서 몰려오는 찬바람을 견디고 있다 손을 놓으면 멀리 궤도 밖으로 던져질까 두려워 끝끝내 힘주어 잡은 간격 메아리를 삼켜버린 Echo 계곡 온몸으로 말하는 누에고치 두 개 맨몸으로 명절을 넘기고 있다 모델들의 미끈한 다리를 닮은 티볼리는 광고판 속을 질주하고 넥타이를 꼭 조인 샐러리맨들 빌딩숲에 쏟아지지만 버려진 거짓들 누구 하나 말하지 않는 겨울 누에고치들은 더욱 높은 데로 올라갈 채비로 분주하다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 굴뚝 식어버린 불씨를 되살리는 일 수당도 퇴근도 없이 무기한을 견디며 지상의 사람들과 교신이 끊긴 날 보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