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의 갑과 을 | 김선우
2019.11.02
내가 매달려 살고 있는 이 줄을 먹어치워야 한다 거미줄을 먹는 거미처럼 두시엔 갑이라는 줄을 먹어치워야 한다 세시엔 을이라는 줄을 먹어치워야 한다 그러면서 더 높이 매달릴 새로운 줄을 몸에서 뽑아내지 어느날 갑과 을이 허공에서 딱 마주쳐 꽁무니에 매달린 서로의 얼굴을 먹어치울 때까지 더보기 김선우 시인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강원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2000년 첫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을 펴내었으며, 2002년 첫 산문집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2003년 어른이 읽는 동화 『바리공주』, 같은 해 가을 두 번째 시집 『도화 아래 잠들다』를 펴냈다. 시집 『내 몸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