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우울, 길고 긴……〉| 김정란
2019.11.02
발 밑이 썩고 있다 그 마을의 모든 말들은 진실을 전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늙어가는 얼굴을 억지로 잡아당기기 위해 주사기로 얼굴에 실을 집어넣거나 혀짜래기 발음으로 거짓말 밖에 할 줄 모르는 그 마을 여촌장이 썩고 있는 물에 자꾸 침을 뱉고 있다 늪이 창궐하고 있다 여기 저기에서 눈에 탐욕의 불을 밝힌 두꺼비들이 뛰어다닌다 철학은 이미 오래 전에 망가졌다 여촌장은 변기를 열심히 갈아대지만 정작 악취는 자신의 썩은 영혼에서 풍겨나오는 것을 모른다 그 해 겨울 내내 몇 달씩이나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다 그들은 힘들게 희망을 발명했다 그 마을에서 희망은 발견하는 게 아니었다 이미 오래 전에 두꺼비들이 다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희망을 발명해 내야만 했다 여촌장은 아직도 거짓말로 상황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