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정정지 | 권순진
2019.11.02
조각보 | 정정지 엄마는 밤늦도록 반짇고리에 모아두었던 형형색색의 헝겊조각을 꺼내 한 장의 조각보를 만들고 있다 이혼하고 사내애 둘 키우던 남자와 사별하고 남매를 기르던 여자가 둥지를 틀고 아빠와 엄마가 되었다 남자의 아이 여자의 아이 머잖아 태어날 그들의 아이 모양도 색깔도 다른 헝겊들 완성된 조각보 펴들고 환하게 웃을 날이 불면의 강 건너 깊은 골짜기에서 눈 뜨고 있다 시집 『방파제』 만인사, 2013. 조각보는 바느질하다가 남은 자투리 천으로 만든 보자기를 일컫는다. 한 조각씩 떨어져 있으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들을 모아 기우니 살림에 요긴하게 쓰일 뿐 아니라 그 조화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예술작품의 경지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서로 다른 것들이 모여 서로 보완하고 꾸며주어 완성된 조각보는 우리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