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은 힘이 세다 | 이종민
2019.11.02
그 집은 비어 있다 주인은 잠시 떠났다 주인이 없는 집에서 주인 있는 옷이 마르고 있다 양말에 달라붙는 건 체모다 주인의 체모와 주인이 아는 사람의 체모다 주인이 돌아다니다가 묻혀온 체모와 주인이 아는 사람에게 딸려온 체모도 있다 그 집에는 아무도 없다 주인도 주인의 아는 사람도 모르는 흔적이 있다 그 집은 조용하다 조용한 그 집에는 수많은 체모와 덜마른 옷가지들과 이불의 구겨진 무늬가 있다 텅 빈 집은 자꾸 주인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그 집을 본다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름이 생긴다 얼굴이 생긴다 사방에서 주인이 오고 있다 내일을 끌고서 수많은 방을 끌고서 더보기 이종민 시인 1990년 구리 출생. 2015년 『문학사상』 '주인은 힘이 세다' 외 5편을 발표하고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출처: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