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꽃 | 이주희
2019.11.02
새색시 활옷 같은 꽃상여를 타고 팔랑거리는 나비 따라 산등성이 오르며 주춤주춤 뒤돌아본다 하늘거리는 종이꽃 이파리만큼이나 가벼워진 몸피에 달라붙는 딸들의 울음이 휘휘 감겨 무거운 것일까? 삼 줄기 같은 세월 기다려온 남편의 옆자리 상전인 양 눈치 주던 형님이 이미 차지해버려서일까? 늙은 요령잡이의 상엿소리 뒤따르는 성씨 다른 손자들을 안쓰러워하는 것일까? 혼자 살림에 다섯 자식 키우느라 장터를 떠돌면서도 미나리꽝에서 종아리의 거머리를 떼어내면서도 웃음을 보약처럼 드셨던 어머니 꽃상여 속에서 다시 웃는다 더보기 이주희 시인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7년 『시평』 신인상에 「크리스마스 캐럴」 외 2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출처: 이주희 시집 『마당 깊은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