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마여인상 | 정운자
2019.11.01
당삼채로 붉은 치마를 해 입고 국철을 타고 두 시간 남짓 흔들리는 내가 있어 중간 어디 이백이 달빛에 취해 비틀거리던 시절 단호한 팔뚝에 말아진 채찍 동글동글한 얇은 턱 호통을 머금고 있는 가는 눈썹 테라코타 나에게 가는 두 시간 그녀가 달려오느라 걸린 이천 몇 백 년 웃음은 붉어 못 본 척 밋밋한 가슴을 곧게 세우고 두 시간 남짓 흔들리면서 나는 말을 타네 덜컹거릴 때마다 종아리는 무겁고 어깨는 내려앉네 나는 투르판 아스티나에서 왔다는 자주 저고리에 흘러내린 당상채 빛 시간의 부장품에서 꺼내진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 옷섶에 손을 넣으면 설레는 빛바랜 연서가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르지 더보기 정운자 시인 1967년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수채화가로 활동하며 2013년 계간 『다층』 봄호 추천 완료 등단.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