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4, 타임머신 승차권을 줍다 | 최세라
2019.10.29
1. 기원전후 654 마테는 어깨를 구부린 채 문워크 동작으로 부엌문을 통과한다 밀가루 반죽이 손금마다 고여 있다 빵을 구우면 보름달이 부풀어 기름에 미끄러지는 입술, 입술로 전해지고 얼굴 가득 손금 새겨진 어머니가 짧은 기별을 시식한다 문고리에서 달까지 세 발짝 거리 2. 발 날개 없는 새가 발 없는 새 위에 얹혀 서쪽으로 날아간다 모래가 모래 한 알에 얹혀 강물의 휘어짐을 바꾸듯 두 마리 새가 한 마리로 보일 때까지 펜 끝에 생각을 놓는다 생각 속 갱생원을 나와 생각 속 묽은 아메리카노 마신다 재생지는 재생지라 누렇다 재생지는 부활지가 아니다 갱생지도 환생지도 아니다 재생지는 재생지다 마테는 조금 반성하고 크게 뉘우치는 척하며 걷고 있다 재생지는 전생에 교과서였거나 플레이보이 잡지였다 선물상자였고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