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계산적이었다
냉정하게 분류하고 머리숫자를 중요시했다
명단에 오른 자와 체포된 자
체포된 자와 도라꾸에 실린 자
골에 도착한 자와 구덩이에 엎드린 자
사살된 자와 사진에 찍혀 미군 보고서에 첨부된 자
‹하나 예외, 함께 사살한 젖먹이 아이와 미취학 연령대 소녀›
이들은 오직 대가리 숫자였다
–
그가 3대 독자든
그녀가 만삭이든
내일 혼례식을 앞둔 약혼녀든
억울하게 명단에 오른 자든
그가 독립운동을 한 자든 애국자든
그를 죽여 되레 전쟁에 패배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로지 명단에 있고 숫자만 맞으면
그 자는 사살되고
생명은 추상 되어 대가리 숫자가 되어
그 골짝 우렁찬 살생의 함성 울릴 때
나무와 숲의 푸른 눈물에
짝짓기에 겨운 여름 귀뚜리조차 감히 울지 못했다
그렇게 전쟁이 끝나고도
사람들은 대가리를 갖고 놀았다
대가리는 오직,
1960년
군경에 신병이 인계된 대구형무소 수감자 명단 1402명
구슬치기처럼 숫자로만 의미를 가졌다
여전히
몸이 가진 삼라만상의 가치 중
오로지, 대가리 숫자만 취급하는
그 버르장머리를 숭상했다
고희림 시인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라고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작가세계』로 등단 했으며 시집으로 『평화의 속도』, 『인간의 문제』, 『대가리』가 있다. 현재 대구경북작가회의, 시월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 고희림 시집 『대가리』 삶창, 2016. 누리진
대가리1
대가리1 고희림 – 국가는 계산적이었다 냉정하게 분류하고 머리숫자를 중요시했다 명단에 오른 자와 체포된 자 체포된 자와 도라꾸에 실린 자 골에 도착한 자와 구덩이에 엎드린 자 사살된 자와 사진에 찍혀 미군 보고서에 첨부된 자 ‹하나 예외, 함께 사살한 젖먹이 아이와 미취학 연령대 소녀› 이들은 오직 대가리 숫자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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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
국가와 자본의 죽임을 넘어코뮌으로 가는 시의 지난한 여정! 고희림의 세 번째 시집 『대가리』는 집요하게 국가의 폭력성을 묻는다. 아마도 시인 자신이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대구 10월 항쟁과 한국전쟁 시 발생했던 민간인 학살이 그 연원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고희림에게 그것보다 더 큰 폭력은 현재의 국가폭력이다. ‘대가리’ 연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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