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 낳았을 때 젖몸살이라는 걸 앓았다 젖이 꽉 차 오른 채 돌덩어리처럼 딱딱해져 온몸을 조였다 돌아누워도 옆으로 누워도 편한 자세가 없다 젖 삭는 약을 거부하자 나이든 간호사가 웃으며 남편에게 빨아달라고 하라며 나갔고 뜨거운 수건으로 마사지도 하고 유축기로 짜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거의 죽을 지경이 된 나흘 뒤 아기를 안아 젖을 물렸다 오물거리는 조그만 입 젖꼭지에 꽉 찼다 그냥 좋았다 눈도 못 뜨는 것이 빨아대는 그 힘 하나 아프지 않게 빨려 나갔다 순식간에 말랑말랑 부드럽게 만들었다 이를 테면 돌덩어리를 부드러운 혀가 녹여버린 것인데
우겨 말하면,
돌이라는 것은 혀에 대한 그리움이다
이성이 시인
2008년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강남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설립위원, 독서논술지도사 등으로 활동하며 시집 『갈비뼈가 부러진 포옹』, 『자반고등어를 생각하며』, 『혀에 대한 그리움』 등을 발표했다.
출처: 이성이 시집 «혀에 대한 그리움» 동랑커뮤니케이션즈(2012), 누리진
혀에 대한 그리움
혀에 대한 그리움 – 이성이 – 첫아이 낳았을 때 젖몸살이라는 걸 앓았다 젖이 꽉 차 오른 채 돌덩어리처럼 딱딱해져 온몸을 조였다 돌아누워도 옆으로 누워도 편한 자세가 없다 젖 삭는 약을 거부하자 나이든 간호사가 웃으며 남편에게 빨아달라고 하라며 나갔고 뜨거운 수건으로 마사지도 하고 유축기로 짜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거의 죽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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