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워 소주를 마셔도 당신은 젖지 않는다 이미 세상의 빗물에 취해 버린 이마와 가슴, 봉창을 닮았다 아니 밤새 헤아려 놓은 희망으로 얼룩진 새벽 봉창이다
문지방엔 당신이 밟아 넘어뜨린 근심이 더께졌다 삼킨 울음은 뭉그러진 못대가리로 박혀 빛난다 영혼은 모쓰는 타자기처럼 뻑뻑하지만 글쇠 몇 개 언제나 굳건히 일어선다
그런 당신의 옹이에 나는 옷을 건다 무거운 코트를 제일 먼저 건다
진통제처럼 떠 있는 새벽달을 먹고 당신은 기침을 쏟는다 기침마다 헐은 아침이 묻어나온다 헌 구두짝에 담긴 하루를 신고 당신이 걷는 길은 손등에서 쇳빛 혈관으로 툭툭 불거지는데
당신의 방 앞에서 매일 꽃피는 붉은 엉겅퀴
김수우 시인
부산 영도 산복도로 골목이 고향이다. 1995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한 후 자신의 자유와 꿈에 열중하고 있다. 서부 아프리카의 사하라, 스페인 카나리아섬에서 십여 년 머물렀고, 대전에서 십 년 가까이 지내면서 백년지기들을 사귀었다. 틈틈히 여행길에 오르는 떠돌이별로 사진을 좋아한다. 이십여 년 만에 귀향, 부산 원도심에 인문학 북카페 '백년어'를 열고 너그러운 사람들과 종알종알 퐁당퐁당 지내고 있다. 모든 우연을 필연으로 여기면서도 강박관념이 많고, 뒷걸음질하면서도 나아가는 중이라고 중얼거린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 자유를 배우는 일에 용감한 편이다. 시집 『길의길』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 『붉은 사하라』 사진에세이집 『하늘이 보이는 쪽창』 『지붕 밑 푸른 바다』 『아름다운 자연 가족』 산문집 『씨앗을 지키는 새』 『백년어』가 있다.
출처: 김수우 시집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걸다» 시와 시학사, 2002. 누리진
엉겅퀴꽃 아버지
엉겅퀴꽃 아버지 김수우 밤새워 소주를 마셔도 당신은 젖지 않는다 이미 세상의 빗물에 취해 버린 이마와 가슴, 봉창을 닮았다 아니 밤새 헤아려 놓은 희망으로 얼룩진 새벽 봉창이다 문지방엔 당신이 밟아 넘어뜨린 근심이 더께졌다 삼킨 울음은 뭉그러진 못대가리로 박혀 빛난다 영혼은 모쓰는 타자기처럼 뻑뻑하지만 글쇠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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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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