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 또는 한 모금의 극진함 | 이수종

숨 한 모금이 모자라 더 쉬지 못하고 그는 영면했다
물 한 모금 찍어 먹고 고개 들어 하늘에 감사하고
병아리도 살찌는 법칙이다
한 병에 오천칠백만 원한다는 와인
따라놓으면 몇 모금인가
Rh- 피를 긴급하게 구한다는
숨넘어가는 뉴스속보가 돌고
혈액을 나르는 구급차가 경적을 울리며
죽음을 뚫고 내달린다
피나 장기를 팔아 생계를 꾸리고
사막에서는 물 한 모금을 갈증하다 죽고
물방울 다이아의 현란한 빛 때문에
여인들은 뒤집어지고
돌아서는 그녀 뒤로 독한 사내도 끝내 비싼 눈물방울을 보였다
올해도 작심삼일 금연을 선언한 옆 친구
자리 피해 몇 모금 빨고는 볼이 얼어서 들어왔고
술잔이 몇 순배 돌고나서야 핏기 가신 얼굴들에 화색이 돈다
예배당 첨탑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왜 가슴이 방울방울 메어오는 것이냐
한 방울 또는 한 모금의 극진함에 골똘해지며
무너지는 것이냐

이수종 시인

충남 논산 출생. 한국문단 창조문학신문으로 등단. 시집 『시간여행』 『한 방울 또는 한 모금의 극진함』을 발표했다. 죽산문학상 수상, (사)녹색문단 2009년 베스트작가상 수상, 대한민국 100인녹색문인 지도자상 등을 수상 했다. 빛과 그림자의 노래 작가회 회원, 월간 『모던포엠』 작가회 회원, 계간 『시향』 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출처: © 누리진

한 방울 또는 한 모금의 극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