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피기 시작한
꽃, 꽃들이 있었네
그 꽃들을
갈기갈기 물어뜯은
개, 개들이 있었네
전쟁이 낳은 상흔이라고
먼 나라의 먼 이야기라고
엔화 몇 푼에 묻어버리자고?
군홧발에 차이다 하늘이 된 꽃,
도망치거나 저항하다가 끓는 물에 내던져진 꽃,
……, 죽어서도 아물지 않을
상처들이 덧나서 진물을 흘리고 있는
꽃, 꽃들이
피눈물을 흐리고 있는데
노망들어 똥오줌 못 가리는
개, 개들은 짖어대고
피지도 못 하고 짓밟힌
꽃, 꽃들은 아둥바둥
피 묻은 꽃대를 밀어 올리고 있네
시작노트 : 일본군에 의한 ‘강제 성 노예 피해자 소녀’들의 ‘상처’와 ‘피눈물’을 이깟 시 몇 행으로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갑골문자, 쐐기문자, 일본어, 중국어, 영어, 한국어…지구상에 있는 그 어떤 언어로도 일본군에 의한 강제 노역 피해자들의 ‘상처’와 ‘피눈물’을 닦아드릴 수는 없습니다. 언어의 ‘시’ 는 턱없이 부족해서, 거리로 나온 몸뚱이로 시를 써서 그 분들의 피눈물이라도 닦아드리고 싶습니다. 2016.1.15 신림역 데모에 앞서.
유순예 시인
1965년, 전라북도 진안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2007년 『시선』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전자책 『나비, 다녀가시다』과 시집 『나비, 다녀가시다』를 발표했다. 계간 『시하늘』 편집•운영위원,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출처: 누리진
피꽃-소녀상의 눈물
피꽃 -소녀상의 눈물 유순예 막 피기 시작한 꽃, 꽃들이 있었네 그 꽃들을 갈기갈기 물어뜯은 개, 개들이 있었네 전쟁이 낳은 상흔이라고 먼 나라의 먼 이야기라고 엔화 몇 푼에 묻어버리자고? 군홧발에 차이다 하늘이 된 꽃, 도망치거나 저항하다가 끓는 물에 내던져진 꽃, ……, 죽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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