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잠든 모습을 바라본다
이제다 싶어,
펑퍼짐하게 누워, 털썩,
맘 놓고 지르는,
코고는 소리 거칠다
섬섬옥수 고운 처녀가,
어느덧 거북등같은 아줌마 조막손되어
삶을 파내며 무더기 꾸역꾸역
무릎 앞에,
좌판으로 빚을 수북이 쌓아두고,
눈가에는 물빛 고여두고,
긴장의 끈 잠시 풀어놓고
大字로 퍼지고 있을 것이다
아내의 코고는 비명,
억장 무너지는,
언제부터였는가
아무 데나 퍼질러 앉아서,
함부로 제 몸 막 굴려도
된다고 생각한 때가,
헤퍼진,
아내의 자기비하가 시작될 때
난 어디에 있었는가
누구의 이름으로 딴청을 피우며 살았는가
고약한 세상을 살게 했구나
무너진 처녀의 가슴을 예전처럼
세워 올려주지는 못하리라는 걸 알면서도,
사랑해, 그랬다, 그러고 싶었다
개미 소리보다 작고 몽당비만 하게 짧아서
코 고는 소리에 묻혀,
전해지지 않으리란걸 알면서도,
여보, 미안해, 고마워,
아내의 비명소리보다
수만 배 더 크게 말해주고 싶었다
코고는 소리를 덮어버리고 싶었다
과거사를 되돌려 물어주고 싶었다
산 비탈길 숨가삐 올라
이제는 안심이다 싶어 내쉬는
저 안도의 숨소리가
이젠 그만,
비명이 아니길 바랐다
뚝살 박힌,
이마 훌렁 벗겨진 세월의 비늘처럼
눈가가 환하게 젖어 비리다
이수종 시인
충남 논산 출생. 한국문단 창조문학신문으로 등단. 시집 『시간여행』 『한 방울 또는 한 모금의 극진함』을 발표했다. 죽산문학상 수상, (사)녹색문단 2009년 베스트작가상 수상, 대한민국 100인녹색문인 지도자상 등을 수상 했다. 빛과 그림자의 노래 작가회 회원, 월간 『모던포엠』 작가회 회원, 계간 『시향』 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출처 : 이수종 시집 ⌈시간여행⌋ 비전출판사(2011). 누리진
아내의 비명
아내의 비명 이수종 아내의 잠든 모습을 바라본다 이제다 싶어, 펑퍼짐하게 누워, 털썩, 맘 놓고 지르는, 코고는 소리 거칠다 섬섬옥수 고운 처녀가, 어느덧 거북등같은 아줌마 조막손되어 삶을 파내며 무더기 꾸역꾸역 무릎 앞에, 좌판으로 빚을 수북이 쌓아두고, 눈가에는 물빛 고여두고, 긴장의 끈 잠시 풀어놓고 大字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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