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청대피소에서 만났다
배포가 무척 커보이는
하늘아래 첫 우체통
주변엔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편지
그저 무심한 듯 흘러다니는 안개 편지
내가 세상에서 받아본 편지들은
뭉개져 알아볼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바람과 구름의 흔적을 담은
그 편지들도 하늘아래 첫 우체통을 거쳐왔을까
미처 묻지 못한 안부를 이곳에서 묻는다
눈으로 바다를 들이켜는
사막의 발자국에 함지박을 씌우는
골 깊은 밤 등불 밝히고 모국어로 신열을 앓는 당신에게
행간에
비 오고
꽃이 피고
새가 우는 편지
달무리 진 밤 탐스러운 눈발 휘날린다면
오래 전 이곳에서 당신을 기억했던 누군가를,
그에게 보내는 별 같은 답장을,
박설희 시인
1964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와 한신대 문예창작대학원을 졸업했다. 2003년 「장안문을 머리에 이고」 외 4편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실천문학, 2008)이 있다.
출처: 박설희 시집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실천문학사(2008), 누리진
하늘아래 첫 우체통
하늘아래 첫 우체통 박설희 중청대피소에서 만났다 배포가 무척 커보이는 하늘아래 첫 우체통 주변엔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편지 그저 무심한 듯 흘러다니는 안개 편지 내가 세상에서 받아본 편지들은 뭉개져 알아볼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바람과 구름의 흔적을 담은 그 편지들도 하늘아래 첫 우체통을 거쳐왔을까 미처 묻지 못한 안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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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소통 부재의 현실에 조용한 울림을 전하는 박설희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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