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고삐를 놓쳐버린
마부의 모습으로 신 새벽 언저리에서
그대, 책장을 바라본 적 있는가
슬픔을 슬퍼하지 않는 오기를 본적 있는가
군데군데 곰팡이 핀
중증 언어장애인
헐값의 沈黙을 본적 있는가
여직, 어둠은 제련되지 않았건만
뒷골목 어딘가 허기진 신음소리
그대, 태연한 목마름이여!
귀청을 찢는 스텔스기 외마디
귀머거리가 되어버린 지식이여
벨의 싸우겠다는 豪言壯談,
혀가 굳어버린 헌 책꽂이에 침묵이여
피 묻은 양손으로 조국의 목덜미를 낚아채려는
음모의 발자국소리
들리지 않는가
그대 깨어나라
동이 트고 있지 아니한가.
치 떨리는 가슴으로
조국을 노래하라
그대 흐느낌으로 통일을 쓰라
책장 속 가지런한
그대, 그날이 오면 무엇으로 변명하려는가
말(言)을 품고
숨죽여 흐느끼는 중․증․언․어․장․애․인
책장 속 沈黙이여
박희호 시인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나 인하대, 건국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8년 동인지 「시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81년 첫 시집 『그늘』, 2007년 두 번째 시집 『바람의 리허설』을 출간 했고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문학평화포럼 부회장, 「분단과 통일시」 동인, 일간 문예 뉴스 「문학in」 주필로 활동했다.
출처: 시와문화, 누리진
헐값의 침묵
헐값의 침묵 無影/박희호 말(馬)고삐를 놓쳐버린 마부의 모습으로 신 새벽 언저리에서 그대, 책장을 바라본 적 있는가 슬픔을 슬퍼하지 않는 오기를 본적 있는가 군데군데 곰팡이 핀 중증 언어장애인 헐값의 沈黙을 본적 있는가 여직, 어둠은 제련되지 않았건만 뒷골목 어딘가 허기진 신음소리 그대, 태연한 목마름이여! 귀청을 찢는 스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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