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대신 홀로그램을 주세요
누운 나를 일으켜 주세요
어서 들어와 간섭해 주신다면
나의 사차원 미래를 담보로 드릴게요
무지개는 겨울왕국에나 살라지
진화하는 홀로그래피는 영혼도 압축할 수 있어요
내가 오래 전 당신인 듯 당신이 오래 전 나인 듯
시디 케이스의 오르골이 고개를 젖히는 밤이면
굳은 관절로도 얼마든지 춤출 수 있어요
오오, 눈부신 빛 무지개 밟고 일어선다네
나는 홀로 앉아 홀로그램을 만들어요
굴절은 눈의 잘못이 아니예요
낙심한 당신, 레이저 빔 한 벌 맞춰줄까요?
섬섬옥수 홀로그램,
나와 함께 춤을 추지 않을래요?
춥고 기나긴 밤은 실타래처럼 풀려나와
우리의 이상은 허공을 딛고 피어올라요
안심을 착지하는 눈꺼풀은 완벽하다네
나는 홀로 앉아 홀로그램을 꿈꾸어요
있고도 없는 홀로그램
찻잔 속 태풍의 눈처럼
아무도 모르게
한 생을 훑고 지나가는 번개처럼
신은숙 시인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났다.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경희사이버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현재 강원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출처: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월호. 누리진
홀로그램
홀로그램 신은숙 무지개 대신 홀로그램을 주세요 누운 나를 일으켜 주세요 어서 들어와 간섭해 주신다면 나의 사차원 미래를 담보로 드릴게요 무지개는 겨울왕국에나 살라지 진화하는 홀로그래피는 영혼도 압축할 수 있어요 내가 오래 전 당신인 듯 당신이 오래 전 나인 듯 시디 케이스의 오르골이 고개를 젖히는 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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