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귓바퀴 속을 걸어 들어가 봐
튤립 싹이 왜 귀부터 여는지 알게 될 거야
파도와 파도 사이
그 조용한 시간을 견디는 게
튤립의 전全, 생生이거든
코끼리 코로 겨울을 견디는 오동나무 둥지나
손바닥 펴 보이는 맨주먹의 어린 싹들도
전 생을 맡긴 땅에다 귀부터 갖다 대거든
왼쪽으로 세 번 오른쪽으로 두 번 또 왼쪽으로 한 번
길을 몇 번 꺽다보면
번호를 잊어버린 녹슨 금고 앞에 선 것처럼 아득해져서
어디 먼 데를 향해 귀부터 열게 되거든
파도의 귓바퀴를 한 바퀴 굴러 나오는 윈드서퍼가
다음 파도를 기다리며 귀를 열듯이
튤립은 그 어디를 향해 귀를 열면서
죽은 새 대가리 하나를 쑤욱 낳았던 거야
천수호 시인
1964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명지대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옥편에서 '미꾸라지 추鰍' 자 찾기」로 등단. 2007년 문예진흥원 창작기금 및 신진예술가 지원금을 받았다. 시집으로 『아주 붉은 현기증』(민음사), 『우울은 허밍』(문학동네) 등이 있음. 현재 명지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출처: 천수호 시집 『우울은 허밍』 문학동네(2014). 누리진
파도의 귀를 달고 개화하는 튤립
파도의 귀를 달고 개화하는 튤립 천수호 파도의 귓바퀴 속을 걸어 들어가 봐 튤립 싹이 왜 귀부터 여는지 알게 될 거야 파도와 파도 사이 그 조용한 시간을 견디는 게 튤립의 전全, 생生이거든 코끼리 코로 겨울을 견디는 오동나무 둥지나 손바닥 펴 보이는 맨주먹의 어린 싹들도 전 생을 맡긴 땅에다 귀부터 갖다 대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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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은 허밍
천수호 시집 [우울은 허밍].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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