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밀리 박격포 포탄 같은 방패들이
사거리를 포위하고 있고
달 걸린 하늘은 높다란 빌딩 스카이라인에
목이 베어 흰 피를 쏟고 있다
숨 쉬는 뭇 생명들이 웅크린 채
빌딩 틈새에 끼어 있을 때
시간은 살상액 젖은 도로 위에 쓰러져
신음을 내뱉는다
땅은 미동도 없는데
벽 너머 산 밑 파란 사상누각 한 채
스르륵 무너지고
소리 없이 도시들의 발밑으로 흘러 쌓이는 것 있다
머지않아 성난 바다처럼 땅이 일어서서
도시들과 모든 흙두렁의 고향을 집어삼키리라고
외치며 예언자들이
옷자락 펄럭이며 확성기에서 뛰쳐나와
잠든 아이들을 깨우러 간다
모든 길을 봉쇄한 검은 벽이
잔인한 슬로건을 앞세우고
자동 소총 총구마냥 좁혀져오는데
사거리 길은 밀려나지 않고
결코 무릎 꿇지 않는다
오히려 저 혼자 넓혀져 드넓은 광장이 된다
사거리 광장은
흰 붕대 은빛으로 밝게 빛나는 하늘까지
커져간다
하늘과 하나가 된다
나해철 시인
1956년 전남 나주에서 출생, 전남대 의대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영산포」가 당선되어 시단에 데뷔했다. 시집으로 『무등에 올라』 『동해일기』 『그대를 부르는 순간만 꽃이 되는』 『아름다운 손』 『긴 사랑』 『위로』등이 있다.
출처: 이기형 시인 3주기 추모 시 낭송회. 누리진
메이데이 안국동
메이데이 안국동 나해철 120밀리 박격포 포탄 같은 방패들이 사거리를 포위하고 있고 달 걸린 하늘은 높다란 빌딩 스카이라인에 목이 베어 흰 피를 쏟고 있다 숨 쉬는 뭇 생명들이 웅크린 채 빌딩 틈새에 끼어 있을 때 시간은 살상액 젖은 도로 위에 쓰러져 신음을 내뱉는다 땅은 미동도 없는데 벽 너머 산 밑 파란 사상누각 한 채&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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