뢴트겐의 정원 | 권오영
2019.11.01
부서지고 금 간 곳을 들여다보며 또 다른 세계를 발견했다 살과 뼈, 그 사이로 여전히 흐르는 피는 X선 사진 속에서 어둡다 어둠 속에서 뼈의 줄기들이 빛난다 빛나는 것들이 환하게 길을 열어 보인다 부러진 뼈마디, 철심 박힌 척추, 피맺힌 갈비뼈에서 자라는 꽃들 시속 백사십 킬로의 자동차에서 튕겨져 나온 몸의 흔적은 무성했다 살점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잎사귀들 진흙 속을 헤집고 나온 푸른 꽃들 살갗을 뚫고 날아갈 것만 같은 은빛 나비들 잠에서 깨어나는 애벌레들, 눈이 부시게 오랫동안 몸속에 불이 켜져 있다 부러진 뼈마디에 뿌린 씨앗들이 꽃을 피운다 살아 있는 시체의 얼굴을 한 핏빛 냄새를 풍기는 붉은 정원 형광 불빛 아래서 살아나는 낮은 신음들을 하나씩 벽에 건다 벽에 걸린 채 살아나는 신음들을 만지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