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고 금 간 곳을 들여다보며
또 다른 세계를 발견했다
살과 뼈, 그 사이로 여전히 흐르는 피는
X선 사진 속에서 어둡다
어둠 속에서 뼈의 줄기들이 빛난다
빛나는 것들이 환하게 길을 열어 보인다
부러진 뼈마디, 철심 박힌 척추,
피맺힌 갈비뼈에서 자라는 꽃들
시속 백사십 킬로의 자동차에서 튕겨져 나온
몸의 흔적은 무성했다
살점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잎사귀들
진흙 속을 헤집고 나온 푸른 꽃들
살갗을 뚫고 날아갈 것만 같은 은빛 나비들
잠에서 깨어나는 애벌레들, 눈이 부시게
오랫동안 몸속에 불이 켜져 있다
부러진 뼈마디에 뿌린 씨앗들이 꽃을 피운다
살아 있는 시체의 얼굴을 한
핏빛 냄새를 풍기는 붉은 정원
형광 불빛 아래서 살아나는 낮은 신음들을
하나씩 벽에 건다
벽에 걸린 채 살아나는 신음들을 만지며
달아난 세계를 본다
권오영 시인
강원도 원주 출생. 한신대 문예창작대학원 졸업. 2008년 『시와반시』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 『너무 빠른 질문』을 발표 했다.
출처: 권오영 시집 『너무 빠른 질문』 천년의 시작, 2016. 누리진
뢴트겐의 정원
뢴트겐의 정원 권오영 부서지고 금 간 곳을 들여다보며 또 다른 세계를 발견했다 살과 뼈, 그 사이로 여전히 흐르는 피는 X선 사진 속에서 어둡다 어둠 속에서 뼈의 줄기들이 빛난다 빛나는 것들이 환하게 길을 열어 보인다 부러진 뼈마디, 철심 박힌 척추, 피맺힌 갈비뼈에서 자라는 꽃들 시속 백사십 킬로의 자동차에서 튕겨져 나온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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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빠른 질문
시작시인선 197권. 2008년 『시와반시』로 등단한 권오영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권오영의 첫 시집 『너무 빠른 질문』은 삶과 사물에 대한 깊은 사유와 감각을 전혀 다른 목소리로 치환하고 배열하는 작법에 의해 쓰인 미학적 결실이다. 권오영 시편에는 순간순간 소멸해가는 존재자들의 쓸쓸하고도 불가피한 속성이 후경後景처럼 둘러져 있고, 그 안에는 신음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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