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 안국동 | 나해철
2019.11.01
120밀리 박격포 포탄 같은 방패들이 사거리를 포위하고 있고 달 걸린 하늘은 높다란 빌딩 스카이라인에 목이 베어 흰 피를 쏟고 있다 숨 쉬는 뭇 생명들이 웅크린 채 빌딩 틈새에 끼어 있을 때 시간은 살상액 젖은 도로 위에 쓰러져 신음을 내뱉는다 땅은 미동도 없는데 벽 너머 산 밑 파란 사상누각 한 채 스르륵 무너지고 소리 없이 도시들의 발밑으로 흘러 쌓이는 것 있다 머지않아 성난 바다처럼 땅이 일어서서 도시들과 모든 흙두렁의 고향을 집어삼키리라고 외치며 예언자들이 옷자락 펄럭이며 확성기에서 뛰쳐나와 잠든 아이들을 깨우러 간다 모든 길을 봉쇄한 검은 벽이 잔인한 슬로건을 앞세우고 자동 소총 총구마냥 좁혀져오는데 사거리 길은 밀려나지 않고 결코 무릎 꿇지 않는다 오히려 저 혼자 넓혀져 드넓은 광장이 된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