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청이 선생님 | 문창길
2019.11.01
배가 기운다 물밀 듯 물이 밀려와 앞유리창을 떠민다 나의 물걸음은 왜 이리 더딜까 승냥이 같은 파도는 왜 이리 거셀까 저 하늘 먹구름은 왜 저리 햇빛을 가릴까 계단 아래 단비 목소리는 어이 잦아들까 아 아버지의 구부러진 지팡이는 사랑방 문고리에 걸려 있을까 5층 난간의 바람은 왜 이리 차가울까 이 선생님 배가 많이 기웁니다 손에 잡힌 난간이 힘을 주고 있어요 물바람이 거세게 밀려 옵니다 저 선창 안 우리의 꽃숭어리들 저 깊은 먹먹 바다에 잠기게 해선 안됩니다 해신이여 내 무거운 물걸음이 두렵습니다 내 무기력한 손아귀가 안타까워요 꽃의 신이여 저 어린 봉오리 봉오리들을 아빠엄마의 품속에서 또는 품밖에서도 꽃으로 피게 하십시오 내 젖은 가슴팎으로 안겨들게 하십시오 내 첫수업을 듣다 첫사랑 얘기를 해달라 조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