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 | 박철
2019.11.01
나에게 삶을 지탱해주는 한가닥 끈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나였다 그리고 그 곁에는 단지 수직이라는 이유 하나로 평생 지고 나가야 할 빗소리가 있었다 나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붕 위로 흘러내리는 물줄기였다 그러니까 둘은 한몸인 셈이다 세계화와 때를 맞추어 사람들은 너도나도 무리를 지어 김포를 빠져나갔고 또 많은 수의 이방인이 이 땅에 몰려들어왔다 그야말로 고향과 타향이, 조국과 타국이 따로 없는 국제화의 시대였다 골목엔 주정뱅이들 낯설지 않게 슈퍼를 점거하고 있었으며 북쪽은 물론 동남아시아 심지어 멀리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노동자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의 곁을 빗줄기와 나는 함께 걸어갔다 알고 보면 우리 모두 불쌍한 존재들이다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슬픔과 멀리 타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