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삶을 지탱해주는 한가닥 끈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나였다
그리고 그 곁에는 단지 수직이라는 이유 하나로 평생 지고 나가야 할 빗소리가 있었다
나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붕 위로 흘러내리는 물줄기였다
그러니까 둘은 한몸인 셈이다
세계화와 때를 맞추어 사람들은 너도나도 무리를 지어 김포를 빠져나갔고
또 많은 수의 이방인이 이 땅에 몰려들어왔다
그야말로 고향과 타향이, 조국과 타국이 따로 없는 국제화의 시대였다
골목엔 주정뱅이들 낯설지 않게 슈퍼를 점거하고 있었으며 북쪽은 물론
동남아시아 심지어 멀리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노동자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의 곁을 빗줄기와 나는 함께 걸어갔다
알고 보면 우리 모두 불쌍한 존재들이다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슬픔과
멀리 타국으로 날아와
따귀를 맞으며 일을 하는 파키스탄의 노동자와
지지리도 못난 연변 아줌마라니
장마가 오고 빗줄기가 수직으로 내리꽂히면
객지 사람도 본토박이도 모두 창가에 서서
빗줄기를 바라본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의 삶을 지탱해주는
한가닥 끈이 있다면 그건
하염없이 내리는 저 여름 한철의
빗줄기였다
박철 시인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단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7년 『창비 1987』에 「김포」 외 14편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김포행 막차』 『밤거리의 갑과 을』 『새의 전부』 『너무 멀리 걸어왔다』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험준한 사랑』 이 있다.
출처: 박철 시집 『험준한 사랑』 창비시선249, 2005. 누리진
빗줄기
빗줄기 박철 나에게 삶을 지탱해주는 한가닥 끈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나였다 그리고 그 곁에는 단지 수직이라는 이유 하나로 평생 지고 나가야 할 빗소리가 있었다 나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붕 위로 흘러내리는 물줄기였다 그러니까 둘은 한몸인 셈이다 세계화와 때를 맞추어 사람들은 너도나도 무리를 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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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준한 사랑
도시 주변부 사람들의 소외된 삶과 애환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온 박철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세상의 곤란을 견디는 맑은 소망을 고집스럽게 간직하면서 소외된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하는 자’로서의 시인의 운명을 슬프고도 간곡한 어조로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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