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바다를 비행하다가 쇠창살에 걸려든 새를 본다
그는 죽음을 예견한 것도 내일이 없다는 것도 아마 몰랐을 것이다
촘촘한 창살에 목이 걸려 죽음을 맞이한 그가
차마 나의 전생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아니다, 나였는지도 모른다
내 뜨거운 피는 바닷속보다 더 푸를 것이고 팽팽히 맞설 것이고
마이크 앞에서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갈 것이고 흥얼거릴 것이고 발을 구를 것이다
잿빛 공중에서 재수 옴 붙듯 새가 걸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빨판상어의 등지느러미처럼 바닥에 붙어
재수는 사이사이 나를 피해갈 것이다
하루하루가 달걀 안에서 둥글게 굴러갈 것이라는 기대,
새의 종말이 내가 아니었으면 하는 막연한 바램으로
나는 나의 얼굴을 감추고 산다
새는 내가 아니다 나는 새가 아니다
너의 운명에 나를 빗대기 싫은 어쭙잖은 연민에 사진을 찍어놓고
우렁이 속에도 집이 있다고
어리석은 생각으로 짐짓 딴청을 피우고 있다
김송포 시인
2008년 월간 『시문학』에 작품 발표, 포항 소재 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집게』가 있다. 현재 성남FM방송 라디오를 진행하며 한국시인협회 회원, 인천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하루가 재수다
하루가 재수다 김송포 속초 바다를 비행하다가 쇠창살에 걸려든 새를 본다 그는 죽음을 예견한 것도 내일이 없다는 것도 아마 몰랐을 것이다 촘촘한 창살에 목이 걸려 죽음을 맞이한 그가 차마 나의 전생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아니다, 나였는지도 모른다 내 뜨거운 피는 바닷속보다 더 푸를 것이고 팽팽히 맞설 것이고 마이크 앞…
www.nuriz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