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은 인공 때 나가 여직 안 오구
애비는 팔자에 없는 월남 귀신이 되었지
한 삼년 기침하다 에미도 가구
살붙이라고 시방 삼순이년 뿐인디
아, 고 년도 젖가슴 불룩해지더니
할미 몸내 난다구 밖으로만 싸돌구
너른 마당에 눈 줄 데라고 있나
마실 오는 년놈이 있나
날은 길구 뙤약볕은 점드락 쏟아지는디
체부(遞夫)가 이 늙은이 속 알랑가 모르것네
저노무 해바라기는 누굴 기다리나
주야장천 담 너머만 살피구 있당께
왜, 벌써 가실랑가?
♣ Note:
한여름 새때,
날은 길고 땡볕은 뜨겁고, 해바라기는 종일 문밖에만 서 있다.
한적한 고향집 마루에 홀로 앉아있어 보아라.
너무도 고즈넉한 나머지 삐이 하는 귀울림에 어쩌면 머리칼이 곤두설지도 모른다.
그래서 뒷숲의 매미가 그렇게 요란하게 울어제끼는 건 아닌가.
그때 마침 우편 배달부가 찾아들었다.
마루에서 혼자 푸성귀를 다듬고 있던 삼순할미의 무료가 집배원을 그냥 보낼 리가 없는 것이다.
찌는 더위에 목이 마른 집배원 역시 쉬이 자리를 뜰 수 없었을 거고..
삼순할미의 푸념 끝에 딸려나오는 역사의 잔영들은,
이 땅을 어버이로 삼고있는 우리 모두가 함께 갚아야 하는 빚이기도 하다.
누군들 이 질곡의 땅에서 역사의 반대편에 서있었겠는가.
윤시목 시인
윤시목尹柴木 시인은 1993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을 했고, ‘호서문학’과 ‘푼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는 『니체의 뒷간』(웹시집) 두 번째 시집 『너무너무와 메주』가 있다. '제19회 호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출처: 윤시목 시집 『너무너무와 메주』(지혜, 2015). 누리진
해바라기
해바라기 * 윤시목 영감은 인공 때 나가 여직 안 오구 애비는 팔자에 없는 월남 귀신이 되었지 한 삼년 기침하다 에미도 가구 살붙이라고 시방 삼순이년 뿐인디 아, 고 년도 젖가슴 불룩해지더니 할미 몸내 난다구 밖으로만 싸돌구 너른 마당에 눈 줄 데라고 있나 마실 오는 년놈이 있나 날은 길구 뙤약볕은 점드락 쏟아지는디 체부(遞夫)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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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와 메주
윤시목 시집 『너무너무와 메주』. 야수파적이고 탐미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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