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그네는 오늘도 독재자처럼, 그 아버지처럼 오로지 조국만을 포옹하고 있었다. 결코 만백성의 이름이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칠면조처럼 아무렴, 닭대가리가 아니니까, 원색의 오르가슴으로 자존을 일깨웠다. 벌써부터 육순을 넘어선 육체였건만 그 밤은 실로 격렬하게, 무려 일곱 시간 동안 기쁨을 아는 몸통으로 쓰러져 있었다.
구멍 난 저 가죽을 봐라. 벌리어진 조갯살 사이로 곤두박질치는 심장소리가 은밀히 살아 꿈틀거린다. 그때마다 가녀린 심장들이 작렬했다. 그때부터 상처는 오직 신처럼 군림했다. 말하자면 한없이 낯선 저 손동작들, 아니 새빨간 포옹으로 지샌 날들이었다. 세월의 흔적들을 쑤셔 박던 손아귀는 여전히 앵무새와 닮아 있었다. 말하자면 그게 진실이라고 내게 충고를 거듭했다.
통곡소리가 심연의 끝자락에서 허우적거렸다. 말하자면 그때마다 홀로 당당하던 그네였다. 할퀴어진 창문들아, 손톱이 빠져버린 외마디 숨결들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침몰하던 세월아. 오랜 침묵 끝에 토설한 약속 따위는 산산이 부서져 싱크홀로 처박혔다. 그러다가 시시때때로 종북 타령을 일삼았다. 검붉은 초원 위로 혓바닥 하나가 튀어나온다. 토악질 같은 눈매 때문에 당황스러워 하던 그들. 탱글탱글한 플라스틱 피부 아래 그 어떤 심오한 심장이 살고 있을까.
티뷔에 불쑥 출현하는 그 얼굴을 볼 적마다 사람들은 혀를 삼킨 채 잠시잠깐 울먹거렸다. 입술을 꼬옥 다문 채로 두 손을 모아 쥐며 잠시나마 타오르는 꽃불이 되고자 했다. 말하자면 그때부터 진저리쳤다고 다시 한 번 말하마. 저 낯짝으로 온종일 숨이 막혔고 저 목소리가 달려오자 오만정이 떨어졌다. 밥맛을 잃어버린 중생들이 그저 온종일 깡소주를 캤다.
벽창호를 찢어발기고자 사월 폭풍우가 천지간에 사납게 휘몰아쳤다. 생피와 무능과 속임수로 치장된 새빨간 깃발들. 때론 몹시 기뻤다가 돌연 슬픔을 아는 육신이 되었다. 뭐라고? 아직도 옥좌에 앉아 있다고? 허나 내일도 분명 아침 햇살은 용용할 거외다. 발길질 한 번에 무너져 내린 세상이 아주 찬연하도다. 그래도 그네는 북악산 아래 푸른 둥지에서 잘 살아간다고! 명품으로 얼룩진 몸뚱어리엔 똬리 튼 살모사가 살고 있다고. 전용 벵기가 인천공항을 유유히 빠져 나간다. 오대양 육대주에 태극기가 마구 펄럭거린다. 들판 곡식처럼 총알들이 쑥쑥 커간다. 말하자면 그네는 오늘도 독재자처럼 결코 헛소리를 하지 않는다.
이승철 시인
1958년 전남 함평 출생. 1983년 무크 『민의』 제2집("시와현실")으로 등단. 시집으로 『세월아, 삶아』(1992), 『총알택시 안에서의 명상』(2000), 『당산철교 위에서』(2006), 『오월』(2013, 육필시집), 『그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2016) 등이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장, 한국작가회의 이사 역임. 현재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
출처: 문예지 『시와경계』 2016년 여름호. 누리진
말하자면 그네는
말하자면 그네는 이승철 말하자면 그네는 오늘도 독재자처럼, 그 아버지처럼 오로지 조국만을 포옹하고 있었다. 결코 만백성의 이름이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칠면조처럼 아무렴, 닭대가리가 아니니까, 원색의 오르가슴으로 자존을 일깨웠다. 벌써부터 육순을 넘어선 육체였건만 그 밤은 실로 격렬하게, 무려 일곱 시간 동안 기쁨을 아는 몸통으로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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