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소리도 뻐꾸기 소리도 가끔씩 내려오고, 고라니 새벽녘 휘파람 불며 가끔 내려오기도 하는 집 뒤꼍 늙고 오래 된 장독대 옆
풋고추용고추 몇 포기와 그 옆에 또 방울토마토 몇 그루, 그리고 가지 몇 포기 살림 차리고 있어 온가족 푸성귀 호사를 누렸는데
한 여름 다 가고 추석 지나도록 뭐 하나 소용될 것도 없이, 그저 장승처럼 키빼기만 잔뜩 키우는 저 녀석들 대체 뭐가 될라고 저러나 싶었는데
토마토도, 고추도, 가지도 다 시들부들 서리 맞아 스러져갈 무렵, 별 밝은 늦가을 밤에 별무더기 같은 노란 꽃들 언덕 가득 피워 놓고는
꿀꿀꿀꿀 꿀꿀꿀 아주 살판이 났던 것이다
류지남 시인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나왔다. 사곡중, 공주여중, 청양고, 정산고를 거쳐, 공주 마이스터고에서 여전히 푸르른 아이들과 함께 책 읽고 글 쓰며 살고 있다. 1990년 『삶의 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충남작가회의, 충남교사문학회 벗들과 더불어 술벗 글벗으로 지내고 있다. 2001년 『내 몸의 봄』(내일을 여는 책)이라는 시집을 낸 바 있고 15년 만에 『밥 꽃』(작은숲)을 발표했다. 공주 신풍 갓골이라는 시골 고향집에서 풀과 나무를 벗 삼아 살아가고 있다. 소를 키우는 형과 한집에 어우렁더우렁 살면서, 가끔씩 소똥을 치우기도 한다.
출처: 류지남 시집 『밥 꽃』 작은숲, 2016. 누리진
돼지감자 꽃
돼지감자 꽃 류지남 소쩍새 소리도 뻐꾸기 소리도 가끔씩 내려오고, 고라니 새벽녘 휘파람 불며 가끔 내려오기도 하는 집 뒤꼍 늙고 오래 된 장독대 옆 풋고추용고추 몇 포기와 그 옆에 또 방울토마토 몇 그루, 그리고 가지 몇 포기 살림 차리고 있어 온가족 푸성귀 호사를 누렸는데 한 여름 다 가고 추석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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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꽃
존재와 세계를 쓰다듬고 보듬는 류지남 시인미시적 일상에서 빛나는 타자를 노래하다공주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일하는 류지남 시인이 그의 두 번째 시집 『밥 꽃』을 작은숲에서 출간했다. 2001년 첫 시집 『내 몸의 봄』(내일은여는책) 이후 15년 만에 낸 이 시집의 발문을 쓴 김상천(문예평론가)은 그의 시를 ‘미시적 일상에서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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