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봐도 그놈이 그놈
암만 봐도 그놈이 그놈
더도 말고 황소 몰던 즈 애비
대갈통만한 년놈만 살아남거라
더도 말고 쌀섬 져나르던 즈 에미
궁둥짝만한 년놈만 살아남거라
그 고함 어디 가나 삼순할메
콩밭에 주저앉은 삼순이 불러 갈하되
이년아, 어쩔라구 게서여,
배암이 밑구녕 보자데!
절굿대 뒤로 나자빠지고
들마루 밑 백년 묵은 놋요강이 웃었다
바쁜 벌떼는 그 속 모르더라나
◈ Note : 이 시 역시 한 편의 풍속도이자 삽화입니다.담이 담 같지 않던 어린 시절엔 울창한 호박넝쿨 숲이 바로 울타리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돌담이든 판자 출타리든 철조망이든, 호박넝쿨은 손만 닿으면 못 오르는 곳이 없었습니다. 밤새 새로이 피어난 어린 호박꽃들, 그 꽃마다 달궁둥이 같은 호박이 매달릴 참인데 삼순할메가 왜 아니 흥겹겠습니까?호박농사에 오줌은 다시 없는 밑거름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삼순이가 콩밭에서 엉덩이를 까부치고 앉았으니 할머니가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겠지요. 옛어른들은 입담이 어찌나 걸걸했던지 워낙 가난했던 시절이라 욕이 아마 요기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내 할머니도 욕이라면 천당과 지옥을 마구 오르내렸습니다. 호랑이 물어갈넘, 육시럴뇬, 옘병할넘, 급살맞을뇬…. 지랄하고 자빠졋네……
윤시목 시인
윤시목尹柴木 시인은 1993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을 했고, ‘호서문학’과 ‘푼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는 『니체의 뒷간』(웹시집) 두 번째 시집 『너무너무와 메주』가 있다. '제19회 호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출처: 윤시목 시집 『너무너무와 메주』(지혜, 2015). 누리진
호박꽃
호박꽃 *윤시목 되봐도 그놈이 그놈 암만 봐도 그놈이 그놈 더도 말고 황소 몰던 즈 애비 대갈통만한 년놈만 살아남거라 더도 말고 쌀섬 져나르던 즈 에미 궁둥짝만한 년놈만 살아남거라 그 고함 어디 가나 삼순할메 콩밭에 주저앉은 삼순이 불러 갈하되 이년아, 어쩔라구 게서여, 배암이 밑구녕 보자데! 절굿대 뒤로 나자빠지고 들마루 밑 백년 묵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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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와 메주
윤시목 시집 『너무너무와 메주』. 야수파적이고 탐미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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