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눈부신 돌계단 사이 제비꽃이 지는 걸
딸과 함께 쪼그리고 앉아 보았습니다
꽃이 지는 일은 꽃이 다른 몸이 되는 일 같았습니다
눈물을 버리는 일 같았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바람이 옮겨다 준
한 그루의 나무 그늘 같은
내 집에서 혼자 조용히 젖는 울음 같았습니다
나무의 키만큼 자란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도
제비꽃은 영 지지 않았습니다
나무 사이로 새 한마리 쏜살같이 날아갔습니다
나뭇잎 하나 건들지 않고 날아갔습니다
돌계단 사이 제비꽃이 보랏빛 향기가 되는 것처럼
딸과 함께 쪼그리고 앉아 눈부신 시간이 되는 것처럼,
쏜살 같은 시간을 눈을 감고 누워
나무 그늘 속의 햇살을 둘이서 다 걸었습니다
연둣빛 나무를 다 걷고 나면 꽃이 질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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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정 시인
경남 김해 출생. 1994년 월간 《시문학》등단. 시집 《타오르는 생》, 《물속 마을》, 《상처가 스민다는 것》,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 등을 발표 했다. 현재 경주에서 시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출처: 문학의전당, 누리진
꽃이 지는 일
꽃이 지는 일 강미정 햇살 눈부신 돌계단 사이 제비꽃이 지는 걸 딸과 함께 쪼그리고 앉아 보았습니다 꽃이 지는 일은 꽃이 다른 몸이 되는 일 같았습니다 눈물을 버리는 일 같았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바람이 옮겨다 준 한 그루의 나무 그늘 같은 내 집에서 혼자 조용히 젖는 울음 같았습니다 나무의 키만큼 자란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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