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경
섬 일본을 뒤흔든 대지진 발생
선반 위 장난감 자동차들은 살아나
방바닥으로 떨어져 굴러가 처박히고
물에 젖은 스마트폰은 먹통이 되고
배터리 끼워진 둥근 벽시계는 구르다 멈추고
바퀴도 없는 큰 배는
논바닥으로 올라와 쓰러지고
상상을 사정없이 덮쳐버리는
시커먼 바다
땅 위에 사람도 집도 신작로도
쓰레기처럼 쓸려가 처박히고 갈라지고
지구 한 귀퉁이가 툭 툭 터져 나가는 것처럼
핵폭탄처럼 터져버린 후쿠시마 원전
질질 흘러나오는 방사능
태평양으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유럽으로
방사능 세계 지도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다시 쓰나미가 몰려오는 날
현재보다 수백 배 수천 배의 방사능이
세계의 바다를 지구를 덮쳐버린 날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채상근 시인
1962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1985년 『시인』 3집에 「모래알들이여」 외 4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거기 서 있는 사람 누구요』, 『사람이나 꽃이나』가 있다. 시집 '사람이나 꽃이나'는 2015년 (사)청선문화예술원의 '올해의 선정도서'로 선정 되었다.
출처 : 채상근 시집 『사람이나 꽃이나』 푸른사상(2015). 누리진
방사능 시대 ・ 2011
방사능 시대 ・ 2011 채상근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경 섬 일본을 뒤흔든 대지진 발생 선반 위 장난감 자동차들은 살아나 방바닥으로 떨어져 굴러가 처박히고 물에 젖은 스마트폰은 먹통이 되고 배터리 끼워진 둥근 벽시계는 구르다 멈추고 바퀴도 없는 큰 배는 논바닥으로 올라와 쓰러지고 상상을 사정없이 덮쳐버리는 시커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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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꽃이나
「푸른사상 시선」 제59권 『사람이나 꽃이나』. 시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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