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하자던 그이는 감가(酣歌)로
차 한잔하자던 그녀는 주훈(酒醺)으로
서로의 속내를 읽었다
트인 줄 알았던
그이의 가슴은 아직 막혀있었고
막힌 줄 알았던
그녀의 물꼬는 이미 트여있었다
막혀있거나
트여있거나
흥에 겨워 큰 소리로 부르는 노래이거나
취기이거나
속내를 읽었다는 것은 통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 통로에는
새의 날갯짓과 서생원의 입방아가 굼실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술 한잔하자던 그이는 차를 마시고
차 한잔하자던 그녀는 술을 마시며
서로가 딴청을 부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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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예 시인
1965년, 전라북도 진안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2007년 『시선』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전자책 『나비, 다녀가시다』과 시집 『나비, 다녀가시다』를 발표했다. 계간 『시하늘』 편집•운영위원,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출처: 『시에티카』 2013. 하반기, 09. 누리진
오리발
오리발 유순예 술 한잔하자던 그이는 감가(酣歌)로 차 한잔하자던 그녀는 주훈(酒醺)으로 서로의 속내를 읽었다 트인 줄 알았던 그이의 가슴은 아직 막혀있었고 막힌 줄 알았던 그녀의 물꼬는 이미 트여있었다 막혀있거나 트여있거나 흥에 겨워 큰 소리로 부르는 노래이거나 취기이거나 속내를 읽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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