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 상품들이 늘어선 거리를
눈먼 노인 하나가 헤쳐간다네
비틀거리며 앞서가는 늙은 길고양이의 안내를 받으며
노인은 이 거리의 중요한 상품
눈먼 현자라 불린다네
요령 있게 그의 길을 막으면
지팡이와 함께 예언적 욕설이 날아온다네
이 쳐 죽일! 멀쩡한 것들이 발바닥 두 개만큼의 길도 내게 허락을 못해?
선택은 당신의 자유
석 달 시한부 인생이 멀쩔해져서 돌아가는 기적을
매일같이 볼 수 있는 이곳은
어두운 거리
길가에 늘어선 집들이 무엇을 파는지는 알 수 없다네
어두우니까
노혜경 시인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1991년 『현대 시 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새였던 것을 기억하는 새』, 『뜯어먹기 좋은 빵』, 『캣츠아이』『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등이 있다.
출처: 노혜경 시집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실천문학사, 2015. 누리진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노혜경 절전 상품들이 늘어선 거리를 눈먼 노인 하나가 헤쳐간다네 비틀거리며 앞서가는 늙은 길고양이의 안내를 받으며 노인은 이 거리의 중요한 상품 눈먼 현자라 불린다네 요령 있게 그의 길을 막으면 지팡이와 함께 예언적 욕설이 날아온다네 이 쳐 죽일! 멀쩡한 것들이 발바닥 두 개만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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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신생과 구원의 징표를 찾으려는 몸부림1991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해 시집 『새였던 것을 기억하는 새』, 『뜯어먹기 좋은 빵』, 『캣츠아이』를 펴낸 노혜경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는 안티조선운동 멤버, 노사모 대표,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등을 지내며 전방위적 사회?정치 활동을 펼쳐온 시인이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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