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詩語 | 김수우
2019.11.01
가슴살이 차오르면 갑각을 벗는다 목숨을 건 어린 참게의 탈피脫皮 물컹한 맨살로 바위 밑에 숨는다 침묵이 자라는 법도 그러하지 네게 닿지 못한 말들, 어딘가 웅크려 자라는 중 제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 견디는 중 얼마나 많은 말이 내 속에서 껍질을 벗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말이 네 속에서 껍질을 입고 있을까 바람, 바람 소리, 캄캄한 바람 소리 침묵이 청동빛 갑각을 입는 동안 어두움이 단단한 등짝이 되는 동안 오래 씹은 어둠은 새 갑각이 된다 햇살솜털 지천으로 피어난 논둑을 오르는 어린 참게의 첫 마디, “사랑해” 더보기 김수우 시인 부산 영도 산복도로 골목이 고향이다. 1995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한 후 자신의 자유와 꿈에 열중하고 있다. 서부 아프리카의 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