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유어 라이프 | 신은숙
2019.11.02
그 밤 양철지붕엔 밤송이가 부서져 내렸다 메트로놈처럼 박자를 세던 나는 자주 무서웠고 자주 발등이 찍혔다 그 밤 무슨 말을 했던가, 툇마루에 앉아 멀뚱멀뚱 그녀가 타주는 커피만 삼켰던가, 어제는 신당의 보살이었던 그녀가 내일은 모텔의 청소부라며 웃었던가… 방울이며 북이며 그녀를 통해 울던 것들은 버려졌고 활옷이며 장신구들은 아궁이 속으로 들어갔다 자주 콜록거렸으며 긴 한숨이 다녀갔다 슬펐던 건 앞으로 그녀를 볼 수 없다…는 것보다 그녀를 찾아가던 숱한 언덕배기 골목길과 축 처진 담벼락들, 우거진 잡초들 속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던 금계국이나 개망초 따위, 개들이 컹컹 짖었고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던 재개발 지구엔 흉곽을 드러낸 집들이 많았으며 자주 별빛이 휘청거렸고 맞은편 고층 건물 전광판엔 ‘브라보 유어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