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대하여 | 유수진
2019.10.29
밑줄 한 번 긋지 않고 읽었던 책에 지도가 떠오른다 가시담장의 붉은 손끝을 기억하는 심장이 꽃잎을 털어낸 장미나무의 시간에 손을 얹으며 낮은 목소리로 괜찮아 괜찮을 거야 고대도시의 운하를 보여주며 나를 들뜨게 하던 옛 지도를 닮은 오늘 오로지 좌표의 순서 쌍을 잃고 싶지 않았다 반환점에서 받아든 번호표에 영화의 첫 장면처럼 나타나던 푸른 나침반 자명종이 울리는 보름달을 던지자 고도∗의 바다에 퍼지는 노란 물수제비 오후가 흐르는 동쪽으로 손전등 길을 비춘다 ∗ 사뮈엘 베게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고도(Godot) 더보기 유수진 시인 1971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과 졸업 동 대학원 언어학 석사. 2015년 월간 『시문학』에 "우편함" "주민등록증" "서울지하철 2호선"을 발표하며 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