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 들다 | 이윤
2019.11.01
저 비는 누구의 맨살 위에 온종일 꽃을 그리다 피우고 다시 지우고 잎을 매단다. 빗방울이 만드는 헐거운 그림 꽃. 잘록해진 길바닥은 쓰러진 화병 같다. 오지 않는 순환버스여. 눈이 시어진다. 하나 둘 셋, 노닐다 덩달아 서성대다 누군가 빗속으로 걸어오는가 그녀가 섰던 자리에 밀봉된 그리움이 쏟아진다. 슬픈 목 하나가 툭 떨어진다. 비의 쟁여 쟁여 가까워지는 숨소리에 절여진 사랑 하나가 시간의 경계를 기어오른다. 문득, 웅덩이에 떠 있는 화투 한 조각 같은 오후가 발길에 툭 차인다. 고집불통 그녀, 가슴 가득 물 주름 안고 온 몸이 귀가 되어 눈이 되어 저 힘찬 빗줄기 안에 서성대며 더보기 이윤 시인 2010년 창조문학신문 시 부문 당선. 김해 문인협회 사무국장 역임. 밀양문학회 활동 중이며 '가야 문화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