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삼랑진 비탈길 귀신 나온다는 집은
여전히 낡았다
지금쯤, 늙은 허리를 곧게 편 채
흙 위에 눕는 꿈을 꾸어도 볼 텐데
세월을 받든 기둥의 무릎들에는
바람이 들고 있었다
쥐들이 넘나드는 틈새마다
봉분처럼 먼지가 쌓이고
쇠락한 터전에는 들꽃만 무성해
발 없는 새처럼 온종일 떠돌던
홀씨는 꺼진 길목으로 굴러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길에서 잠은 사라져
빈집의 부엌을 넘나드는 바람만이
쿨럭, 가래를 내뱉으며
사립문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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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시인
2010년 창조문학신문 시 부문 당선. 김해 문인협회 사무국장 역임. 밀양문학회 활동 중이며 '가야 문화예술진흥회'에서 편집장을 맡고 있다.
출처: 누리진
빈집
빈집 이윤 밀양 삼랑진 비탈길 귀신 나온다는 집은 여전히 낡았다 지금쯤, 늙은 허리를 곧게 편 채 흙 위에 눕는 꿈을 꾸어도 볼 텐데 세월을 받든 기둥의 무릎들에는 바람이 들고 있었다 쥐들이 넘나드는 틈새마다 봉분처럼 먼지가 쌓이고 쇠락한 터전에는 들꽃만 무성해 발 없는 새처럼 온종일 떠돌던 홀씨는 꺼진 길목으로 굴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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