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 잔 | 박희호
2019.11.02
송진내가 진한 잔에다 소주를 따르자 푸드득 새소리가 허공을 난다 볕을 품이라 뻗었던 가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덤을 만들었으리라 찢긴 상처 속 바람소리, 새소리 반죽하여 기어이 지독한 향기를 품고 산그늘을 드리웠다 하늘 한 귀퉁이 푸르게 잠긴 옹이 잔 아 네가 상처였음이니 나는, 내 상처에 얼마나 많은 독기를 품었음인가, 향기가 없다 비운 잔 속에 봄밤 뻐꾸기 울음이 묻어 있다 더보기 박희호 시인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나 인하대, 건국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8년 동인지 「시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81년 첫 시집 『그늘』, 2007년 두 번째 시집 『바람의 리허설』을 출간했고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문학평화포럼 부회장, 「분단과 통일시」 동인, 일간 문예 뉴스 「문학in」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