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감자 꽃 | 류지남
2019.11.02
소쩍새 소리도 뻐꾸기 소리도 가끔씩 내려오고, 고라니 새벽녘 휘파람 불며 가끔 내려오기도 하는 집 뒤꼍 늙고 오래 된 장독대 옆 풋고추용고추 몇 포기와 그 옆에 또 방울토마토 몇 그루, 그리고 가지 몇 포기 살림 차리고 있어 온가족 푸성귀 호사를 누렸는데 한 여름 다 가고 추석 지나도록 뭐 하나 소용될 것도 없이, 그저 장승처럼 키빼기만 잔뜩 키우는 저 녀석들 대체 뭐가 될라고 저러나 싶었는데 토마토도, 고추도, 가지도 다 시들부들 서리 맞아 스러져갈 무렵, 별 밝은 늦가을 밤에 별무더기 같은 노란 꽃들 언덕 가득 피워 놓고는 꿀꿀꿀꿀 꿀꿀꿀 아주 살판이 났던 것이다 더보기 류지남 시인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나왔다. 사곡중, 공주여중, 청양고, 정산고를 거쳐, 공주 마이스터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