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 노혜경
2019.11.01
절전 상품들이 늘어선 거리를 눈먼 노인 하나가 헤쳐간다네 비틀거리며 앞서가는 늙은 길고양이의 안내를 받으며 노인은 이 거리의 중요한 상품 눈먼 현자라 불린다네 요령 있게 그의 길을 막으면 지팡이와 함께 예언적 욕설이 날아온다네 이 쳐 죽일! 멀쩡한 것들이 발바닥 두 개만큼의 길도 내게 허락을 못해? 선택은 당신의 자유 석 달 시한부 인생이 멀쩔해져서 돌아가는 기적을 매일같이 볼 수 있는 이곳은 어두운 거리 길가에 늘어선 집들이 무엇을 파는지는 알 수 없다네 어두우니까 더보기 노혜경 시인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1991년 『현대 시 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새였던 것을 기억하는 새』, 『뜯어먹기 좋은 빵』, 『캣츠아이』『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등이 있다. 출처: 노혜경 시집 『말하라, 어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