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서럽더라 | 김송포
2019.11.01
산을 오를수록 가늘어지는 물줄기, 오부능선 깔딱고개쯤에서 근원인 샘조차 말라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밤그늘 틈새로 초승달이 지나 갈 때면 이부자리 열어젖히고 찾던 물 속, 저 혼자 깊어진 물 산호리에 누워 흔적을 감추기 위해 창문을 열고 몰래 달빛을 불러 들였지 어느 날이었을까, 쓸쓸히 노을 든 그대는 강이 아니라 연어처럼 위로 오르고 올라 본령으로 회귀하는 때,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저녁나절 먹은 포도주에 몸을 적신다 드디어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어야하는 끄트머리, 떨며 찾아 온 반가운 손님, 큰 바다에 홀린 듯 떠날 듯 말듯 아슬하게 다리를 건너려고 발을 올렸다 내렸다 한다 아직도 마르지 않는 몸 속의 물이 반갑더라 서러워하더라 더보기 김송포 시인 2008년 『시문학』에 작품 발표, 포항 소재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