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비명 | 이수종
2019.10.28
아내의 잠든 모습을 바라본다 이제다 싶어, 펑퍼짐하게 누워, 털썩, 맘 놓고 지르는, 코고는 소리 거칠다 섬섬옥수 고운 처녀가, 어느덧 거북등같은 아줌마 조막손되어 삶을 파내며 무더기 꾸역꾸역 무릎 앞에, 좌판으로 빚을 수북이 쌓아두고, 눈가에는 물빛 고여두고, 긴장의 끈 잠시 풀어놓고 大字로 퍼지고 있을 것이다 아내의 코고는 비명, 억장 무너지는, 언제부터였는가 아무 데나 퍼질러 앉아서, 함부로 제 몸 막 굴려도 된다고 생각한 때가, 헤퍼진, 아내의 자기비하가 시작될 때 난 어디에 있었는가 누구의 이름으로 딴청을 피우며 살았는가 고약한 세상을 살게 했구나 무너진 처녀의 가슴을 예전처럼 세워 올려주지는 못하리라는 걸 알면서도, 사랑해, 그랬다, 그러고 싶었다 개미 소리보다 작고 몽당비만 하게 짧아서 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