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 박영근
2019.11.01
공밥 “워쪈다냐, 구들장에 누워설랑 공밥 먹어서 워쩐다냐, 아이고, 아이고 내 새끼.” 가마니때기 같은 노점을 깔아놓고 푼돈을 챙기던 어머니, 점포 한나 차리는 것이 두고 온 고향 땅 청산 같은 꿈이더니 온몸에 얼음이 들어 쓰러지고 “어린것이 벌면 을맨 벌것다고 ······원 시상에, 부모 원망이 산 같것구나. 호랑이가 물어가도 션찮을 세상······ 어서 일어나야지 나가설랑 한 푼이라도 벌어야 살지.” 어머니가 부르는 누이동생은 열두 살짜리 봉제공장 시다였다.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동생을 생각하며 책상 위에 엎드려 몇 번이나 속울음을 삼켰을지 모른다. “돈을 벌어야 한다. 이따위 공부 같은 것 내 분수에 맞지 않아.” 나를 가르친 것은 링컨의 이야기가 아니다 멋진 신세계가 아니다 나를 가르친 것은 가위..